케이트의 아트마켓 25


아트 NFT 제작 붐과 저작권 침해 사례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08.11

- 아트 NFT 증가 맞물려 저작권 문제 제기도 늘어나

- 원작 저작권 침해로 인한 갈등도 증가 추세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 건축가, 그리고 시인이었던 전성기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의 현존하는 유일한 완성된 패널화 '도니 톤도(Doni Tondo)'가 NFT(Non-Fungible Token)로 제작되었다. (NFT에 대해서는 지난 호 케이트의 아트마켓 24편/2021.08.03 참조.)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원형의 패널에 아기 예수와 마리아, 요셉의 성(聖) 가족(Holy Family)을 묘사하고 있다. 지난 5월 우피치 미술관은 '도니 톤도(Doni Tondo)'를 디지털 작품으로 복제하고 이와 연계된 NFT를 제작해 14만 유로(한화 약 1억 9천만 원)에 판매했다. 천문학적 액수에 달할 미켈란젤로의 실제 작품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 NFT는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금액으로 판매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도니 톤도(Doni Tondo), c. 1507. Photo: Alonso de Mendoza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아트 NFT와 저작권

아트 NFT가 인기를 끌면서 작가가 직접 창작한 작품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예술 작품들을 디지털 복제해 이들의 NFT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이 바로 저작권(Copyright)이다. 저작권은 지적재산권의 한 유형으로 예술적 창작물의 창작자가 가지는 독창적 창작물의 복제, 공표, 또는 판매 등에 대한 독점적 권리이다.

작가가 계약에 의해 양도하지 않은 이상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인 작가에게 있다. 다시 말해 작가의 허락 없이 남의 작품을 디지털 복제하는 행위는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게 된다.

앞에서 소개한 '도니 톤도'의 경우 1500년대에 제작되어 저작권이 마련되기 이전 시대의 작품이기도 하고, 저작권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미 소멸한 시기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이 없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에 포함된다. 즉, 저작권의 적용을 받지 않고 누구나 복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작품의 소유주인 우피치 미술관의 디지털 복제는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다.

NFT의 저작권 침해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무제: 슈가 레이 로빈슨(Untitled: Sugar Ray Robinson), 1982,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undation Louis Vuitton), Paris, 2018. Photo: Fred Romero via Flickr/Creative Commons.

이와는 달리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는 작품을 무단으로 디지털 복제하여 NFT를 제작하는 사례들이 증가하면서 원작 작가들의 저작권 침해의 문제점이 최근 들어 크게 대두됐다.

지난 4월 데이스트롬(Daystrom)이라는 회사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국의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드로잉 '프리 콤 위드 파고다(Free Comb with Pagoda)'를 구입한 후 작품의 디지털 복제본과 그 NFT를 제작했다. 데이스트롬 측은 이 NFT를 경매에 출품하며 낙찰자가 원하는 경우 바스키아의 드로잉 원작을 불에 태울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 제시했다.

회사 측의 주장에 의하면 사이버 공간이 진화함에 따라 가치의 개념이 희석되고 불안정해지는 것에 반해 NFT의 고유한 인증시스템으로 안정적이고 독점적인 가치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원작을 폐기함으로써 NFT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품의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드로잉 작품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undation Louis Vuitton), Paris, 2018. Photo: Fred Romero via Flickr/Creative Commons.

하지만 이 같은 회사 측의 주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스키아 재단 측이 저작권 침해 문제점을 들어 반박하면서 해당 경매는 취소된 것이다. 이 해프닝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을 소유한다고 해서 작품의 저작권까지 가지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다. 작가 사후에는 유족이나 작가가 지정한 사람 또는 기관이 저작권을 가진다. 작품의 소유자인 데이스트롬 측은 저작권자인 바스키아 재단의 허가 없이 디지털 파일로 작품을 복제하고 그 NFT를 제작해 재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예술 작품 가치의 소중함과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해 복제 불가능한 인증서를 만든다는 취지를 내세우면서 그 이면에는 원작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또 작품을 파기하려 기획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다른 사람의 작품을 기반으로 NFT를 제작할 때는 먼저 작품의 저작권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접근하는 것이 후일 발생할 수 있는 과오를 미리 예방하는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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