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27


색(色)의 세상:

색상에도 주인이 있을까?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08.25

- 색상만으로 특정 브랜드를 인식하기도

- 색상의 상표 등록으로 상표권 행사

- 색상 상표권 제한적이나 주의 필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중 한 장면, 1961. Photo: Okerele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이른 아침 택시에서 내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 한 손에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페이스트리를 들고 미국 뉴욕의 가장 번화한 5번가 중심에 자리한 보석 상점 티파니(Tiffany & Co.)의 쇼윈도에 진열된 있는 보석들을 바라보는 장면으로도 유명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이 영화에 등장하는 티파니는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로 특히 '티파니 블루(Tiffany Blue)'라고 불리는 터키석 색상의 포장 상자가 브랜드의 상징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색상을 나만의 상표로

이미 1800년대 후반부터 티파니의 포장 상자 색상으로 사용되어온 이 푸른색은 100여 년이 지난 1998년에 마침내 상표(trademark)로 등록되었다. 199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색상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주요 기능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특정 상품의 브랜드를 구분해 내는 상표로 등록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티파니 역시 대중에게 익숙한 '티파니 블루'의 상표 등록을 마쳤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티파니 블루의 포장 상자만으로도 티파니 사의 제품임을 연상할 만큼 색상이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티파니 사(Tiffany & CO.)의 티파니 블루(Tiffany Blue) 포장 상자. Photo: AdrianaGórak via Wikimedia Commons.

색이 갖는 힘은 의외로 강하다. 글이나 말없이도 짧은 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보는 사람의 마음 또는 기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기억에 새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많은 회사들이 각기 특유한 색을 사용해 상품을 만들거나 마케팅에 전략적으로 이용해 왔다. 또, 자사 브랜드 색상을 상표 등록하려는 노력들도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색이 갖는 영향력이 의외로 큰 만큼 개인의 여러 가지 표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타인의 색상 사용에 제한을 두게 되는 색상의 상표 등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법정으로 간 빨간 구두

이런 상황에서 색상의 주인을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진 잘 알려진 사례도 있다. 2012년 미국에서 프랑스의 양대 유명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과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 YSL) 간 빨간색 구두 밑창에 관한 소송이 일어나 크게 화제가 되었다. 루부탱은 2008년 미국에서 특유의 상징적 빨간색 구두 밑창의 상표 등록을 통해 상표권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2011년 YSL이 전면 단일 색상으로 이루어진 구두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두 회사 간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 단일 색상 시리즈 중 빨간색 구두의 밑창이 문제가 된 것이다.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의 시그니처 구두 밑창. Photo: Arroser via Wikimedia Commons.

곧바로 루부탱 측에서 YSL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싸움이 시작되었고 세계적 두 브랜드 간의 소송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1심을 거쳐 항소로까지 이어진 이 소송은 2012년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루부탱의 빨간색 밑창의 상표권에 대해 "구두 본체가 밑창과 다른 색상일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구분해내고 또 루부탱의 상징이 된 빨간 밑창은 대부분의 경우 본체가 빨간색이 아닌 다른 색을 사용한 구두였기 때문이다. 해당 판결 덕분에 YSL은 본체와 밑창 모두 단일하게 빨간색을 사용한 구두를 계속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색상의 상표 등록은 상표권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구체적 범위의 상업적 용도로 제한되는 편이다. 위에서 소개한 티파니 사의 '티파니 블루' 역시 그 상표권이 포장 상자와 핸드백, 그리고 카탈로그 등에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상표권자의 허가 없이 상업적으로 상표 등록된 색상을 이용하는 것은 상표 혼동이나 희석화(稀釋化; trademark dilution) 등의 법적 문제와 관련해 상표권 침해가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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