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3


밤에는 에펠탑 사진촬영 금물!

- 공공 예술의 저작권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03.10

- 공공예술의 저작권은?

- 에펠탑의 야경 촬영은 불법인가?

- 공공예술의 범위가 확대되는 이유는?

- 개방된 곳의 예술작품 저작권 주의보

미술작품은 미술관에만 있을까?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자각하는 것보다 많은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도심에 치우쳐 있긴 하지만, 오고 가는 거리마다, 고층빌딩 앞에도 미술작품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도 한다. 이렇듯 부지불식간에 지나치더라도 이런 작품들이 우리가 삭막한 도심에 내쉬는 숨을 조금씩은 가볍게 해주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누구나 지날 수 있는 공공장소에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예술작품들을 공공예술이라 한다.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LOVE, New York City. Photo: Maurizio Pesce via Wikimedia Commons.

공공예술의 저작권

공공예술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이들 작품의 소유권은 작품을 의뢰한 개인이나 기관에 있게 되고, 그 저작권은 의뢰인과 작가 사이의 계약에 의해 좌우된다. 작가가 계약에 의해 양도하지 않은 이상, 저작권은 작가가 갖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앞서 다뤘던 대로 저작권은 예술적 창작자가 가지는 독창적 창작물의 복제, 공표, 또는 판매 등에 대한 독점적 권리이다. 즉, 작가의 허락 없이 누구도 작품을 복제, 공표, 또는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공예술의 특성상 다른 예술작품들처럼 저작권으로 인해 복제가 제한된다면 비합리적인 상황들이 이어질 수 있다. 관광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공공예술 작품 앞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려고 차례를 기다리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작품 촬영은 저작권상의 복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렇게 개개인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작가 허락을 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업적 용도가 아닌 경우 공공예술 작품의 사진 촬영 복제는 허용하는 등 저작권 행사에 제한을 두어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국가마다 해당 규정이 많이 달라서 주의가 필요하다. 프랑스를 예로 들어 보자.

상업적 목적의 에펠탑 야경 촬영 저작권 침해


에펠탑(The Eiffel Tower). Photo: Tristan Nitot via Wikimedia Commons.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건축물이나 공공예술에 대한 창작자의 저작권을 상당히 중시하는 나라 중 하나다. 파리 시내의 대표적 상징으로 불리는 에펠탑의 예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에펠탑은 설계자이자 설치가이기도 한 프랑스의 건축가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1923년 세상을 떠나면서 작자 사망 70년 후인 1993년 저작권이 소멸됐다. 이후 누구나 원하는 대로 에펠탑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펠탑 설립100주년 기념으로 지난1989년 야간 조명이 설치되면서 또 다른 저작권 문제가 대두됐다. 밤이 되면 켜지는 에펠탑의 설치 조명에 대해 프랑스 법원은 별도의 저작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저작권자인 에펠탑운영협회 (The Société d’Exploitation de la Tour Eiffel, SETE)의 허가 없이 조명이 켜진 에펠탑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행위로 간주되었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SETE도 개인의 사적인 복제 행위는 예외로 인정한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에펠탑의 야경을 허가 없이 촬영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확대되는 공공예술과 저작권

공공예술 작품은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주로 거리와 공원이나 공공 또는 민간 건물들 앞 등의 주변에 설치되어 왔다. 하지만 요즈음 공공주도가 아니어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만들어진 거리예술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공공예술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개인의 사유지에 들어선 벽화나 조각 작품, 또 건축물 등 예술작품이 그 주변의 공공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개방된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공공예술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모두에게 개방된 곳에 있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저작권은 여전히 창작자인 작가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와 같이 개방된 곳에 있는 벽화나 조각 작품, 또는 멋진 건축물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어떨까? 작품을 마음대로 사진 찍어 복제할 수 있을까? 요즘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누구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촬영하거나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는 일이 흔하다. 역시 그럴 때마다 작가의 허락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한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저작권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몇 가지 예외 사항을 두고 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거나 몇몇 소수의 친구들과 공유하는 등 비상업적 개인이용은 저작권의 사적 이용 예외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협찬받거나 광고 또는 판매하는 상품을 프로모션하는 목적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다른 사람의 작품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 주요 배경으로 사용한다면 상업적 목적의 이용으로 간주되어 저작권 침해 행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음악 저작권에 대해선 많이 익숙해진 상태이다. 그동안 쇼윈도가 즐비한 거리에서, 상점 등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노래들을 더 이상 쉽게 접할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음악가의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회화 등 미술작품에 대해선 아직 저작권 개념이 통상적으로 자리 잡히지 않은 것 같다. 문학과 영화, 방송 등 많은 예술 분야의 저작권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과정에서 미술작품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차츰 달라져가고 있을 것이라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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