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32


바닐라 스카이는 아니지만 모네

- 작품의 감정 (1)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09.28

- 작품 진위 감정을 둘러싼 논란

- 진작(眞作)을 진작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작품의 진위성을 정확히 감정해 낸다는 것은 컴퓨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도 어려운 일이다. 감정의 결과가 불완전하다 보니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들도 발생하고 있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에서 주인공 데이비드(David; Tom Cruise)의 하늘 묘사로도 유명한,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아르장퇴유의 센 강(The Seine in Argenteuil), Musée d'Orsay, Paris, 1873. Photo: Masem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앞서 지난 호에서 보존 과학 전문가 제임스 마틴(James Martin)의 말을 인용해 작품의 진위 감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언급했었다. (9월 22일자 케이트의 아트마켓 31 참조).

"진위 감정은 정확한 과학이 아니라, 감식안(鑑識眼; connoisseurship)과 과학적 분석, 그리고 소장 이력에 균등하게 의지해 서있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와 같다."

이렇듯 각 분야의 전문적 분석 과정들이 서로 연계되고 복잡한 체계를 거쳐 진작인지 아닌지가 결정되지만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모든 결론이 완벽하지는 않다. 때로는 진작으로 인정되었던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되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감정을 둘러싼 논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모네인가? 아닌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아르장퇴유의 센 강변(Bords de la Seine à Argenteuil), 1875(액자에 쓰인 대로). Photo: Pigsonthewing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지난 2011년 영국 BBC 방송국에서 가짜 혹은 행운? (Fake or Fortune?)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에 제출된 작품의 진위를 가려주는 내용을 주제로 하는데, 한 회당 한 작품을 선정해 권위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평가나 작품의 소유 이력을 파악해 진위성을 가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인상주의 대표 작가인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서명이 있는 아르장퇴유의 센 강변(Bords de la Seine à Argenteuil)이라는 작품이 제출됐다. 방송 제작진은 작품의 소장 이력을 추적해 작품이 모네의 작품 판매를 담당했던 미술상인 조르주 쁘띠(Georges Petit)가 판매한 것임을 알아냈다. 또, 모네의 사망 당시 프랑스 유력 일간지 '피가로(Le Figaro)'에 게재된 부고에 이 작품의 사진이 함께 실렸었다는 사실을 찾아내기도 했다. 아울러 제작진은 과학적 분석을 통한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예술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영국의 코톨드 미술학교(the Courtauld Institute of Art) 연구소 등 모네 작품의 권위자들에게 감정을 받아 이 작품이 모네의 진작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부고에 실린 아르장퇴유의 센 강변(Les Bords de la Seine à Argenteuil), Le Figaro, December 16, 1926. Photo: Le Figaro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법정으로 간 모네

하지만 모네 전작 도록을 출간하며 모네 작품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의 와일든스타인 인스티튜트(the Wildenstein Institute)에서는 이 작품을 도록에 올려 주기를 거부했다. 감정인의 감정안으로 판단했을 때 모네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작품이 작가의 도록에 실리지 않는다는 것은 작품이 위작의 가능성이 있으니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주게 된다. 특히 모네와 같은 대가의 도록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은 진작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소유주는 이 작품의 도록 등재를 강제하기 위해 와일든스타인 인스티튜트를 상대로 프랑스 법원에 제소했다. 2016년 항소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법원은 도록의 저자가 진작으로 믿지 않는 작품을 법원이 도록에 기재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도록 저자들이 작품의 진위성을 판단하고 도록 수록 여부를 결정하는 강력한 자의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이로써 아르장퇴유의 센 강변이 모네의 작품인지 여부는 현시점에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기술이 더욱 발달해서 작품의 진위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되어 도록의 기재 여부가 판가름 나기 전까지는, 파리 교외의 센 강을 담은 이 작품은 세상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 이어 가기로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08/0002991831?sid=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