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35


모딜리아니가 아니면 목숨을 달라

- 작품의 감정 (4)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10.20

- 늘어나는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감정 기관 해체

- 전집 도록 발행 둘러싼 분쟁 발생

- 감정 작업에 대한 법적 보호 시도



권위 있는 감정 기관들의 잇따른 해체


워홀의 '죽음과 재난(Death and Disaster)' 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 앤디 워홀(Andy Warhol), '14 개 오렌지색 자동차 충돌사고(Orange Car Crash Fourteen Times)', MOMA, New York, 1963. Photo: Gwen Fran via Flickr/Creative Commons.

지난호에서 불만족스러운 감정 결과로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소송 비용으로 감정 위원회를 폐쇄한 앤디 워홀 재단(Andy Warhol Foundation)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실크스크린 기법 등을 사용해 엄청난 수의 다작을 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재단에 따르면 모든 미디어를 통틀어 워홀의 작품 수는 10만 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중 단지 약 6,600 점의 작품만이 위원회의 감정을 받은 상황으로 워홀의 약 95%에 달하는 작품들은 위원회의 감정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위원회의 진작(眞作) 인증이 없는 상태에서도 워홀 작품의 상당수는 세계 유수의 경매 등에서 고가에 거래되었다. 일례로 2007년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서 앤디 워홀 재단의 감정 위원회 인증이 없는 워홀의 '죽음과 재난(Death and Disaster)' 시리즈 중 하나인 1963년 작 '초록색 자동차 사고(Green Car Crash; Green Burning Car I)'가 미화 약 7,170만 달러(한화 810억 원)에 판매되었다.

이들 작품들이 최종 감정 권위 기관의 인증 없이도 고액에 거래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소장 이력 등으로 진작임을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작품들은 모두 앤디 워홀 재단이 편찬하고 있는 워홀의 전집 도록에 수록되어 그의 진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그의 작품 수를 생각할 때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인 그의 전집 도록 편찬이 언제 완성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도록이 완성되기까지는 감정 위원회마저 해체된 상황에서 워홀 작품의 진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이은 소송으로 인한 감정 업무 중단은 앤디 워홀 재단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과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키스 해링(Keith Haring),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재단도 연이은 소송에 부담을 느껴 감정 업무를 중단하거나 재단을 해체했다.

목숨까지 위태로운 모딜리아니 전집 도록 제작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아티스트의 아내, 잔느 에뷔테른의 초상화(Portrait of the Artist's Wife – Jeanne Hébuterne)', Norton Simon Museum, Pasadena, CA, US, 1918. Photo: Trzęsacz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비단 소송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프랑스의 미술사학자 마르크 레스텔리니(Marc Restellini)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전집 도록 편찬 작업 중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레스텔리니에 의해 위작으로 간주되어 도록 수록에서 제외키로 한 작품의 소장자들이 저지를 이런 협박들로 결국 도록 편찬 작업은 중단되었다.

특유의 길쭉한 형체의 인물 묘사로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이기도 한 모딜리아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작이 생산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결핵으로 35세의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비운의 천재가 자신의 작품 기록을 남기기 못한 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키슬링 부인의 초상(Madame Kisling)', c. 1917. Photo: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현재 감정이나 전집 도록 기재 여부에 연관된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으로 감정 작업과 전집 도록의 발행을 포기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권위 있는 감정 기관이나 신뢰할 수 있는 전집 도록이 없다면 고액을 투자해 진작을 구매하려는 컬렉터들이 줄어들 것이다. 아트 마켓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모딜리아니의 경우 역시 이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모딜리아니의 전집 도록이 완성된다면 그의 작품들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딜리아니 전집 도록의 편찬 작업을 재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노력에 발맞춰 미국을 필두로 감정 전문인력의 감정 작업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전문 감정 환경 개선 여부 등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08/0002998151?sid=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