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36

예술 작품 매각하기 - (1)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10.27

- 예술 작품 매각 시 고려 사항

- 어느 기관 통해 매각할 것인가

- 위탁판매 계약의 중요성


작품의 매각은 주로 위탁판매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예술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재미있기도 하고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작품을 매각하는 과정이 그리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닐 수 있다. 특히 초보 컬렉터의 경우 작품을 매각하는 일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 과연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작품을 어떻게 재판매할 수 있을까?

작품을 재판매할 때에는 먼저 아트 마켓의 어느 기관을 통하고, 또 그 매각 시기는 언제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트 마켓의 구조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한 바 있다. (3월 17일자 케이트의 아트마켓 4편/3월 24일자 5 편 참조.) 주로 작품의 재판매는 2차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관들인 경매 회사와 갤러리, 그리고 온라인 경매 사이트 등을 통해 위탁판매 형태로 이뤄진다. 이들 기관들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과 상황에 견주어 보다 유리한 곳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갤러리를 통한 위탁판매


베르나르 프리츠(Bernard Frize), Fegul, 2015. Photo: Bernard Frize via Wikimedia Commons.

만일 소유하고 있는 작품을 갤러리에서 구입했거나 해당 작품의 작가를 전담하는 갤러리가 있다면 갤러리를 통해 재판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갤러리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작가들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며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고, 해당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리스트도 함께 관리하고 있으므로 구매자를 찾기 용이하다.

단, 갤러리를 통한 위탁판매는 사적 거래를 기반으로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주된 장점이다. 반면, 잠재적 구매자의 범위가 경매에 비해 좁기 때문에 매매가 성사되기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경매 회사를 통한 위탁판매


제프 월(Jeff Wall), 이중 자화상(Double Self-Portrait), 1979. Photo: cea+ via Flickr/Creative Commons.

경매 회사를 통한 작품의 위탁판매는 규모나 시기 면에서 장점이 많은 편이다. 대규모 인원과 전문화된 시스템을 통해 광범위한 홍보와 작품에 흥미를 가질 만한 구매자 모집에 대단히 유리하다. 또한 경매 일자가 정해지면 당일에 매매 결과가 바로 도출되므로 갤러리를 통한 경우보다 단기간에 거래를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경매 회사가 기획하는 경매 기준과 전략에 들어맞는 작품만이 출품될 수 있는 데다가, 만일 유찰되는 경우에는 작품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이후 몇 년 동안은 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고려할 것이 많은 위탁판매 계약


소송 대상과 같은 시리즈의 작품.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 무제(Untitled), The Broad, Los Angeles, 2010. Photo: Jeremy Thompson via Flickr/Creative Commons.

지난 2020년 12월 뉴욕의 나매드 갤러리(Nahmad Contemporary)가 세계 3대 경매 회사인 필립스(Phillips)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 위반 소송의 판결이 있었다. 나매드 갤러리는 2019년 이탈리아 출신으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개념 예술 유명 작가인 루돌프 스팅겔의 알프스 산을 흑백으로 표현한 '무제(Untitled, 2009)'를 필립스에 위탁판매하기로 계약했다. 당시 양측은 미화 500만 달러(한화 약 57억 원)의 개런티(guarantee)를 설정해 경매 결과와 상관없이 필립스 측이 나매드에 최소 금액을 보장해 주기로 계약서에 규정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스팅겔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었던 봄 경매가 미뤄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필립스는 나매드 측에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의 해지를 통보했는데 이에 동의할 수 없었던 나매드가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뉴욕 연방 법원은 팬데믹이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에 해당함을 인정해 필립스 측의 계약 해지를 인정했다.

사실 이 소송은 위에 간단히 언급한 사항들 외에도 여러 가지 법적 문제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계약 문제 분쟁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나매드 측이 주장하는 여러 사실들이 따로 계약서 형태로 문서화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것이 패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갤러리든 경매 회사든 이들을 통해 위탁판매를 하게 되면 작품 소장자는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계약서는 위탁 양식 등의 형태로 만들어진 경우들도 많아서 작품을 위탁하는 소장자들이 간단히 서명만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알고 보면 여러 가지 법적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매매가 성사된 후 위탁 기관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비롯해 위탁 작품 소장자들이 지불해야 할 수수료의 종류만 해도 몇 가지나 되고, 보관과 보험, 이송 등 그밖에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들은 양식에 적혀 있더라도 모두 논의를 거쳐 수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소장자는 별로 없다. 계약서를 전문가를 통해 검토하고 불리한 점은 수정하고 꼭 규정해야 할 사항을 반영하는 등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와 논의할 것을 추천한다.

예술 작품의 매각을 위한 시기를 결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이어 이야기하기로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08/0002999898?sid=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