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41


문화유산의 주인 찾기, 반환 - (2)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12.01

- 나치의 예술 작품 강탈

- 전후 이어지는 반환 노력

- 반환의 현실적 장애들

나치에 의한 전대미문의 대규모 예술 작품 약탈로 인해 전 유럽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전후 이어지는 반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반환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독재자의 꿈 총통 미술관(Führermuseum)


베네치아 궁전(Palazzo Venezia) 앞의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Giovanni Paolo Panini)의 작품을 탈취한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 부대원들, Rome, Italy, 1943. Photo: Ras67 via Wikimedia Commons.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총통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린츠(Linz)에 총통 미술관(Führermuseum)을 세우는 계획을 세웠었다. 린츠를 나치 독일과 유럽의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유럽 최대 미술관 중 하나를 세우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2차 대전 중 전 유럽에 걸쳐 예술 작품들을 약탈 또는 강매로 취합했다.

나치가 수집한 예술작품은 총 650,000여 개로 당시 전체 유럽 예술작품의 약 20%에 달하는 분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후 현재까지 이들 작품들의 원소유주를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100,000여 개의 작품은 원소유자들에게 돌아오지 못한 상황이다.


조반니 파올로 판니니(Giovanni Paolo Panini), 로마 퀴리날레 커피하우스에서 교황 베네딕토 14세를 방문한 부르봉 카를로 3세 스페인 국왕(Carlo III di Borbone visiting the Pope Benedetto XIV in the coffee-house of the Quirinale, Rome), Museo di Capodimonte, Naples, Italy, 1746. Photo: Francesco Braia di Corradi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프랑스의 약탈 무효화 명령

지난 2020년 프랑스 법원은 프랑스 신인상주의 대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의 회화 '콩 수확(La Cueillette des pois)'을 원래 소유주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작품은 1943년 나치가 프랑스 파리 점령 당시 유태인 사업가로부터 강탈한 것이었다. 이 사업가 가족은 전후 빼앗긴 작품들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 작품의 소재를 알게 된 것은 2017년에 이르러서였다.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콩 수확(La Cueillette des pois), 1887. Photo: Wmpearl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1995년 미국의 한 컬렉터 부부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미화 80만 달러(한화 약 9억 4천만 원)에 구입한 이 작품을 2017년 파리에서 열린 피사로 회고전에 대여해 주면서 작품의 소재지가 드러난 것이다. 법원은 독일 점령 시기 일어난 모든 약탈을 무효화하는 1945년 명령에 의해 약탈과 그에 뒤따른 모든 거래를 무효화하고 원소유주의 작품 소유권을 인정했다.

돌아가지 못하는 피사로의 작품

하지만 같은 피사로의 작품이지만 운명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1941년 파리를 점령한 독일군이 은행 금고를 약탈할 때 빼앗긴 피사로의 '양 떼를 안으로 들이는 양치기 소녀(La Bergere Rentrant des Moutons)'가 그 주인공이다. 전후 원소유주 가족은 작품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행정적 문제 등으로 좌절된 후, 2012년 이 작품이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University of Oklahoma)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찾아냈다.

이 작품은 1950년대 미국의 석유 부호가 구매한 후 지난 2000년 대학에 기증한 것이었다. 뒤이어 원소유자 가족과 이들의 반환 요청을 거부한 대학 간에 미국에서 3년에 걸친 법정 다툼이 일었다. 2016년 결국 양측은 작품 소유권을 원소유자 가족에 이양하는 대신 소유자가 작품을 프랑스의 한 미술관에 기증하여 매 3년마다 대학과 프랑스 미술관이 교대로 전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했다.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양 떼를 안으로 들이는 양치기 소녀(La Bergère Rentrant des Moutons), University of Oklahoma, OK, US, 1886. Photo: Wmpearl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하지만 지난 5월 소유자가 작품을 기증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이 분할 전시 조건을 거부하며 기증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다른 미술관들도 비슷한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오클라호마 대학이 분할 전시를 굽히지 않자 소유자는 프랑스 법원에 오클라호마 대학과의 합의를 무효화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그렇지만 법원은 미국에서의 합의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를 기각했다. 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소유자는 결국 대학에 작품의 소유권을 넘기고 작품을 포기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6년 12월 홀로코스트 희생 미술품 회복법(Holocaust Expropriated Art Recovery Act)이 제정되어 나치에게 강탈당하거나 착복당한 예술 작품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위의 피사로 작품의 경우는 법률 제정 전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진 경우였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의 나치 약탈 예술 작품은 다음 호에 이어 이야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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