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45


도난 후 되찾은 작품의 주인은? - (2)



글. 케이트 리(Kate K. Lee)

2021.12.29

- '예술품 보험'으로 도난, 분실, 훼손 대비

- 도난 후 회수된 작품 두고 보험회사와 분쟁도

- 가치 상승한 작품, 소유권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일반적으로 컬렉터들은 작품의 도난이나 훼손 등 예기치 않은 사태에 대비해 예술품 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작품을 두고 보험회사와 원소유주 간의 분쟁이 일기도 한다.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n), '보스턴의 존 앱소프와 딸들의 초상(Portrait of John Apthorp of Boston and His Daughters)', 1764. Photo: Gamaliel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고가의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들은 대부분 보험을 가입해 작품의 훼손이나 분실, 도난 등의 피해에 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이 도난당한 경우에는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소유주에 보상금을 지불하고, 이후 보험 계약자인 소유주의 작품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오랜 시간 후 도난 작품을 되찾았을 때 그 가치가 도난 당시에 비해 엄청나게 상승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보험회사와 원소유주 중 누가 그림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보험회사 vs. 소유주

지난 1976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시(Concord, Massachusetts)의 한 가정집에 도둑이 들어 회화 한 점을 도난당했다. 스위스 출신으로 런던의 영국 왕립 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의 창립 멤버였던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n)의 '보스턴의 존 앱소프와 딸들의 초상(Portrait of John Apthorp of Boston and His Daughters, 1764)' 이 사라진 것이다. 이 작품은 소유주의 조상과 그 딸들을 그린 작품으로 소유주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것이었다.

소유주가 예술품 보험에 들어있었기에 보험회사는 당시 작품의 감정가인 미화 25,000 달러(한화 약 2,9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보험회사가 작성한 대위(代位, subrogation) 계약으로 소유권을 포함해 소유주가 갖는 권리를 보험회사가 대신할 수 있다는 조항에 합의했다.

긴 시간이 지나 30여 년 뒤인 2007년 그림을 발견한 한 아트딜러가 도난 미술품 등록소(Art Loss Register)에 의뢰해 이 작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감정 결과 회수 당시 작품의 가치는 미화 40만 – 80만 달러(한화 약 4억 7000 – 9억 4,000만 원)로 도난당한 시기 가치의 16 – 32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어서 고가의 작품을 두고 보험회사와 소유주 유가족들 간에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일었다.

2010년 매사추세츠 항소법원은 대위권은 보험회사가 지급한 보상금의 한도 내에서만 유효하므로 보험회사의 대위권은 작품의 소유권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소유주 가족의 작품 소유권을 인정하고, 소유주가 받은 보상금 액수만 보험회사에 돌려주도록 결정한 것이다.

보험회사 vs. 원소유주 vs. 현 소유주

귀스타브 쿠르베(Jean Désiré Gustave Courbet), '레만 호숫가(La rive du lac Léman)', ca. 1873-1877. Photo: Artvee/Public Domain.

이와 매우 유사하지만 좀 더 복잡한 사례도 있다. 1976년 역시 매사추세츠 주의 한 가정집에서 회화 작품 3점의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의 '레만 호숫가(La rive du lac Léman)'와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의 '태양 아래(In the Sun)',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의 '양치기 숙녀(Lady as Shepherdess)'가 그 작품들이다. 보험회사는 당시 세 작품의 감정가와 보험계약에 따라 소유주에게 미화 45,000 달러(한화 약 5,3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역시 30여 년이 지난 2007년 로드아일랜드 주(Rhode Island)의 한 아트 딜러가 감정을 위탁받은 작품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도난 작품임이 드러나며 3 점이 모두 회수되었다. 소장자는 작품을 자신의 형제에게 돈을 빌려준 담보로 받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 '태양 아래(In the Sun)', 1888. Photo: Pimbrils via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회수 당시 3점의 감정가가 미화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8,0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FBI 조사가 끝난 후 고가의 작품들을 두고 현 소장자와 원소유주 가족, 그리고 보험회사 간의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다. 로드아일랜드 연방법원에서 법정 분쟁이 진행되던 가운데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져 작품들을 원소유주에게 돌려주기로 결정되었다.

예술 작품의 도난 사건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도난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작품을 회수한 후 그 소유권을 두고 이처럼 당사자 간 분쟁이 일어나 법적 판단으로 주인을 판가름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예술품 보험을 고려할 때 앞서 소개한 사례 등을 살펴두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004&oid=108&aid=0003016570